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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ster, she's an apple of my eye!

sherwood 2008. 11. 12. 14:47

 

 

 

 

내 둘째 딸 해람. 쪽빛(藍) 바다(海) 같으라 지어준 이름이다. 그윽하고 깊은 아이다. 영민하고 풍부하고 남다르다. 아비로서 바람이 딱 하나 있다면, 제 인생의 주인 앞에서 제 삶의 의미와 목적을 더 단단히 다져 쌓아올렸으면 한다. 음악을 전공하는데, 그 비범함을 일찌감치 발견해 조련시켜 주지 못한 못난 아비라 할 말이 없다. 하지만 평생 자기 피아노 한 대 갖지 못한 슈베르트를 생각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기 위해 정작 자신은 고민하고 고통하는 시간을 보내야 할 음악가로서 이 아이의 소명을 생각하면 가슴이 시리면서도 자랑스럽다. (해람아, 아빠가 너 분발시킨답시고 내뱉은 모질고 거친 말들,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 엄마의 산도에서 막 나오는 너를 보면서 오늘까지 아빠는 너를 목숨처럼 사랑한단다. 나를 제일 많이 닮아 나와 제일 까끌거리는 너지만, 이 아비를 훌쩍 뛰어넘는 도량의 사람이 되리라 믿는다. 아타미[熱海]에서 본 옥빛 바다, 그런 바다가 될 거다. 내 사랑하는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