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rwood 2008. 11. 27. 07:21

저는 아이가 넷입니다. 스물 셋에 결혼해서 그 이듬해부터 연년생으로 딸을 셋을 낳고 딸 막내와 4년 터울로 아들을 하나 더 보았습니다. 이 아들 녀석 뒤로 아내는 또 한 번 임신을 했는데 그만 자연유산되고 말았습니다. 그때의 상실감은 지금도 큽니다. 큰 녀석이 벌써 대학교 3학년입니다. 어릴 때는 조용히 꼬물꼬물 놀던 녀석들이 중고교 들어와서는 지네들끼리 심각하고 큰 싸움도 벌였습니다. 이 싸움의 끝은 거의 항상, "엄마는 왜 이렇게 애들을 많이 나았어요!"가 됐습니다. 할 말이 없었습니다. 애들이 한창 쏟아져 나올 때는 아내와 눈만(?) 마주쳐도 임신이 되곤 했으니까요.

 

한바탕 대전이 벌어지고 나면 집안이 썰렁해지고 며칠은 적막합니다. 하지만 웬걸요, 야단 친 저희가 무색하리 만치 녀석들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또 재잘거리고 희희낙락입니다. 방귀소리에도 배꼽을 잡고 서로 웃는 녀석들에게 "또 친해질 걸 뭐하러 싸웠냐?"고 물으면, "엄마아빠는 안 싸우고 살아요? 두 사람이나 싸우지 마세요. 우리는 크느라고 싸워요" 이랬습니다.

 

아이들이 알콩달콩 자라주는 모습을 보면, 늦은 밤 혹은 새벽에 곤히 잠든 모습을 보면, '에이, 한 둘이라도 더 낳는 건데'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이렇게 말하면 아내는 대번 심각한 표정이 돼 도리질을 합니다. 어느 날엔 "어디 가서 나아와요"하고 생뚱맞게 말했다가 큰 부부싸움이 일어날 뻔도 했습니다. 아내는 자기가 애 낳는 기계냐고 합니다. 아니, 사람 낳는 기계 보셨습니까?

 

그래서 저는 입양으로 많이 양보했습니다. "저, 말이야 여보. 입양하려면 돈이 많이 있어야 하거든. 가난한 사람한텐 아기 입양도 안 시켜. 그러니까 내가 돈을 많이 벌어서......" 이렇게 꼬시고 있는데 아들녀석이 제동을 걸고 들어왔습니다. 평소 동생 좀 낳아달라던 녀석이 웬일인가 싶어 이유를 물었습니다. 이 녀석의 심각한 대답을 좀 들어보십시오.

 

"제가요 걔한테 잘 해주기는 하겠지만요 분명히 싸우는 날도 있을 텐데, 그러면 걔한테 '야 인마, 넌 내 친동생 아냐. 넌 입양해 온 놈이야!' 난 분명히 이러고 말 거예요. 그러면 걔가 얼마나 슬프겠어요. 아, 안 돼요. 난 비밀을 못 지켜요."

 

이 날 전 큰 감동 먹었습니다. 입양한 동생에게 상처 줄 자신에 대한 염려 때문에 입양 동생을 못 둔다는 녀석의 착한 마음씨에 한 번, 사십 평생 허구헌날 말썽밖에 피운 것 없는 제게, "너랑은 끝이다. 이 가짜 동생놈아!" 하고 윽박지르신 적 없는 맏형님 예수 때문에 두 번입니다. 맞습니다. 조건 없이 입양하신 분이 조건 때문에 파양하지는 않으실 겁니다. 그분은 신실하시니까요.

 

"하나님께서 주는 은혜의 선물과 부르심은 철회되지 않습니다." 롬 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