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람이 OTIS 합격
셋째딸 시집 보내느니 내(엄마, 내 와이프)가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셋째들은 좀 굼뜨고 대책 없이 낙관적이고 세월아~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 소람이는 어렸을 적부터 달랐다. 굉장히 부지런하고 손이 쟀다. 다혈질에 깡다구도 있어서, 일본에서 소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들어갔을 때 급우들이 이지메를 하자 수업 시간 도중에 책상을 엎어버리고 교실에서 나왔다. 마침 수업을 진행중이던 국어(일본어, 담임) 선생님이 "소람양, 왜 이러십니까?"라고 하자 "비켜! 너희 같은 바보들한테는 더 이상 배울 게 없어!"라고 외치자 담임 선생님, 슬며시 가로막았던 문에서 비껴 서더란다. (일본 선생들은 학생들에게 언제나 존대말을 한다. 일본 학생들은, 놀랍게도, 선생에게 평상어, 아니 반말을 한다. 이게 일본의 유도리 교유쿠인데 이것도 모르는 한국 바보들이 아마 열린교육이랍시고 수입해서 써먹었던 것 같다. 일본도 이제는 더 이상 유도리 교유쿠를 하지 않는다.) 그 날 저녁, 일본 아이들은 소람이에게 누런 각대봉투에 자신들의 사과문/반성문을 담아 보냈고, 이 일 이후 소람이는 학교짱을 먹었다. 미국 와서도 비디오가게 점원, 일식당 웨이트리스를 하면서 어렵게 공부하고 학점 따고 미술실기 준비해서 합격한 학교라 아빠로서 더 없이 자랑스럽다. OTIS에는 Toy Design이라는 전공으로 붙었는데, 완구, 문구/사무용품, 팬시류, 그리고 각종 산업 모형물(건축, 자동차, 전자제품 등등)을 디자인하는 학과로서 미국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좋은 교수진과 수준을 자랑한다. 소람이가 자신보다는 사람들, 이 세상을 더 아름답게 하는 디자이너, 이런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그 하위문화나 지위상징에 열중하기보다는 '아름다움'의 본질에 접근하고 성찰하는 진정한 하나님의 디자이너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위하여 기도한다. Rachael, Congrats! From D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