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과 키케로의 현명하고 아름다운 말들을 읽어보았지만, 이 두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나에게로 오라” – 성 어거스틴.
I have read in Plato and Cicero sayings that are very wise and very beautiful; but I never read in either of them: "Come unto me all ye that labour and are heavy laden." –St Augustine
20대 초 불안신경증에 걸려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렸습니다. 그때, “당신 안에서 발견되기까지 우리는 안면할 수 없나이다”고 한 어거스틴의 단구(短句)는 불면의 고통과 두려움을 이기는 유일한 힘이었습니다. 어거스틴이 여기서 예수의 저 말씀이 저 철인들의 것보다 현명하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그는 이렇게 말하시는 예수의 정체에 대해 자신도 적잖이 곤혹스러워하면서, 아주 조심스럽게 우리를 정신병자가 아니면 진짜 하나님일 수밖에 없는 한 인격과 맞닥뜨리게 하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 구절 바로 뒤에 나오는 예수의 말씀,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며, 나의 짐과 멍에는 가볍다”로 미뤄볼 때, 저 말의 주인공이 과대망상증 환자였던 것 같지는 진실로 않습니다. 정신병자, 혹은 과대망상증 환자가 “(자아 때문에) 수고롭고 괴로운 자들, 다 나한테 와라. 와서, 너희의 그 조막손 만한 자아를 치워버리고, 나[예수]라는 새로운 짐, 곧 하나님과 이웃사랑의 짐을 도리어 져봐라. 너희한테 잘 맞을 거다. 그 짐을 지고 나를 따르며 걸어가봐라. 콧노래가 나올거다!”하고 말할 만큼, 정신 나간 초대와 냉철한 인간조건을 동시에 보여주며 제시하지는 않는 법입니다. 저는 또 엉뚱한 짐을 지고 뒤뚱거리기도 하겠지만, 이 초대에 오늘도 열심히 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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