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명언묵상

죽음의 죽음

sherwood 2010. 3. 7. 07:29

죽음의 죽음


죽음에 대한 죽음, 죽음의 죽음이신 그리스도가

죽으심으로써 죽음에 넘겨지지 않았다면,

생명의 문이 죽을 자들에게

결코 활짝 열리지 않았으리.

-화자 미상


Had Christ the death of death to death

Not given death by dying,

The gates of life had never been

To mortals open lying.

~Author Unknown


지금까지 살면서 너 댓 번 죽음의 그림자를 봤습니다. 국민학교(초등학교라고 하면 검정고시로 졸업한 것 같아서) 3학년 겨울방학에 양쪽 콧속의 정맥에 큰 출혈이 생기면서 긴 시간 몸에서 너무 많이 피가 빠져나가 위험한 순간을 맞았더랬습니다. 중학교 1학년 봄에는 급성신장염으로, 소신학교 3학년 때 불안신경증에 걸려서, 이제 죽는 거구나, 혹은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고통을 겪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2006 11월 초, 부비동에 갑자기 염증이 차오르면서 한 달 간 항생제 치료를 받은 후, CT 사진을 들고 Head & Neck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았습니다. CT 필름을 보던 의사가 한참 말을 못 잇더라고요. 또 다른 의사 한 분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암으로 의심이 된다. 하루라도 빨리 수술하자. 만약 암이라면 예후가 그렇게 좋지 않다.” 솔직히, 그때 너무 놀라고 무서웠습니다. 방문 걸어 잠그고 며칠을 눈물 흘리며 부정하고 불충하고 불성실한 저를 용서해달라, 그것 때문에 그러면 잘못했다고 인정하니 살려달라고 뒹굴었습니다. 아무나 붙잡고 기도 좀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 불안한 줄다리기 끝에 저는 끝내 제 목숨을 그분께 맡기는 항복 조인식을 거행했고 (암이어서 지금 불림 받아도 그분의 대자대비하심에 제 모든 것을 건다, 이것으로 대만족이다), 그분은 그날 제게 큰 자비를 베푸셨습니다. 저는 수술 없이 다 나아서 지금까지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죽음 앞에서 허둥지둥, 허겁지겁, 허무맹랑 할 수밖에 없던 저의 끔찍하게 가난한 삶이 너무 창피해졌습니다. 자기를 미국이모라고 부르라는 저의 멘토 한 분에게 이 심정을 털어놓자 이런 말로 저를 위로해줬습니다. “너무 창피해 말아라. 너한테는 그 암이, 나한테는 깨진 관계가, 그리고 다른 누군가에는 상처받은 자존심이 죽음의 위협이란다.” 죄송하지만 적멸이나 환생이라는 어떤 해석은 저에게 당최 위안이 되질 않습니다. 죽음을 치워버린 죽음, 죽음으로 삼켜진 죽음, 죽음에서 나오는 생명이라는 거대한 우주적 프로젝트의 혜택을 바랄 뿐입니다. 아마 또 무섭고 떨리겠지만, 저는 저리로 손을 또 뻗쳐 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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